• 입력 2023.12.29 14:44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에 배우 고(故) 이선균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2023.12.27 [사진공동취재단]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에 배우 고(故) 이선균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2023.12.27 [사진공동취재단]

"이선균씨 너무 안타깝다. 그 정도로 죽을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당했다면 끝까지 버텼어야 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러나 동정하진 않겠다"

경찰청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블라인드에 올린 글이다.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던 배우 고(故) 이선균이 숨진 것과 관련해 경찰의 책임론이 불거지자 이에 반박하는 글을 남긴 것이다.

지난 28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경찰청 소속으로 표시된 한 직원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경찰은 마약 사범인 유흥업소 여실장 A씨의 신빙성 있는 진술에 따라 피혐의자 이선균에게 출석을 요구했고 수사했다"며 "진술과 증거에 따라 수사 대상으로 보고 입건하고 수사하는 것은 이선균 같은 유명인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적 차원에서 마약과의 대대적인 전쟁을 선포한 현시점에서 마약의 'ㅁ'자만 들어가도 수사 대상자로 보고 엄정 대응해야만 했다"며 "그게 단지 이선균이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진술을 들어보겠다고 부른 피혐의자 신분의 인물이 출석하기도 전에, 입건 절차도 밟지도 않은 상태에서 수사 내용이 외부로 흘러가면 각종 외압이 들어온다"며 "흘리고 싶어도 못 흘린다"고 반박했다. 이는 경찰이 수사 내용을 고의로 흘렸다는 의혹에 반박한 것이다.

이어 "이씨가 마약 혐의를 받고 있다' 수준의 상태에서 '이씨가 마약을 했대'라고 확정 지은 건 경찰인가, 언론인가, 아니면 당신들인가"라며 "정보공개청구라는 제도까지 만들어서 그 누구보다 모든 걸 알고 싶어하는 건 당신들 아니었나"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경찰, 언론 모두에 책임이 있다.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그러나 당신들이라고 책임 없냐"며 "이선균씨 너무 안타깝다. 그 정도로 죽을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당했다면 끝까지 버텼어야 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러나 동정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 오던 이선균이 극단적 선택을 하자, 일각에서는 경찰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내사 단계부터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고, 뚜렷한 물증 없이 공개 조사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수사를 맡은 인천경찰청은 수사 정보를 유출하거나, 공개 출석을 요구한 적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고인에 대한 수사는 구체적인 제보 진술과 증거를 바탕으로 법적 절차에 따라 했다"며 "일부에서 제기한 경찰의 '공개출석요구'나 '수사사항 유출'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밖에도 이번 사건 관련 조사, 압수, 포렌식 등 모든 수사 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했고, 진술을 영상녹화하는 등 적법 절차를 준수하며 수사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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