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2.21 18:03
  • 수정 2023.12.24 08:54

HMM 인수 자금 6조원..하림 현금성 자산 662억원 불과
팬오션 3조원 유상 증자 계획..금융 대출 3조원 동원 전망
HMM노조 "사실상 무자본 인수, 매각 전면 재검토해야"

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 인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6조4000억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 조달이 결국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림의 현금성 자산이 600여 억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인수 재원을 팬오션 유상증자, 차입 금융 발생 등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어서다.

이에 HMM 노조는 "하림이 10조원의 HMM 유보금을 노리고 사실상 무자본으로 HMM을 인수하려 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김홍국 하림 회장 [이포커스 PG]
김홍국 하림 회장 [이포커스 PG]

21일 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HMM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계열사 팬오션에 대한 최대 3조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 증자를 계획 중이다. 

팬오션이 유상 증자할 경우 팬오션 지분 54.7%를 보유한 하림지주는 지분율만큼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하림지주가 납부해야 하는 금액은 최대 1조64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하림지주는 보유 현금성 자산이 별도 기준 662억원에 불과하다. 팬오션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면 차입, 부동산 매각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데다 하림지주의 다른 계열사 현금도 끌어와야 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하림그룹은 유상 증자 외에도 인수 금융으로 2조원 이상을 조달하는 계획도 세웠다. 이를 위해 대주단으로부터 3조원 넘는 인수금융 확약서(LOC)를 받았다.

하림의 이 같은 인수 자금 조달 계획이 알려지자 HMM해원연합노조(해상노조)는 21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에 HMM 매각 작업 전면 재검토를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해운업계는 아직 고유가에 직면하지 않았고 본격적인 물동량 저하, 선박 공급 과잉에 따른 운임 하락과 같이 본격적인 불황에 직면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내년부터 약 1조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HMM이 보유하고 있는 유보금 10조는 앞으로의 불황기를 겪는 데 필요한 비상금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불황의 터널을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어 "하림은 유보금을 털어먹기 위해 무리한 차입금과 팬오션에 무리한 유상증자, 영구채 발행으로 연쇄 도산의 위험성을 폭증시키고 있다"며 "사실상 무자본 인수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유보금 10조원을 약탈하려는 인수 주체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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