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2.20 09:57
  • 수정 2024.02.26 14:39

'리니지라이크' 부정적 시선 벗고 싶은 엔씨
TL은 확실히 다르다
평범하지 않은 유저들과의 소통, 업데이트 주기도 빠르다

엔씨소프트의 PC MMORPG 대작 TL(THRONE AND LIBERTY)이 출시된 지 12일이 지났다.

오픈 20분 만에 동시 접속자 수 5만7000명을 넘길 만큼 화제가 됐는데, 2주 가량 지난 현재 분위기는 어떨까. 망겜일까, 갓겜일까?

기자가 직접 플레이 하며 느낀 여러 가지 장단점을 정리해 봤다.


"정말 재밌어요. 마음도 편하네요"

장검은 한손검과 방패를 활용해 싸우는 무기다. 소위 말하는 '탱커'다.[플레이 화면 캡처]
장검은 한손검과 방패를 활용해 싸우는 무기다. 소위 말하는 '탱커'다.[플레이 화면 캡처]
양손검은 '상남자'의 무기다. 여러 명의 적 사이로 뛰어 들어 한 번에 섬멸할 수 있다.[플레이 화면 캡처]
양손검은 '상남자'의 무기다. 여러 명의 적 사이로 뛰어 들어 한 번에 섬멸할 수 있다.[플레이 화면 캡처]

실제로 플레이해 본 TL은 인상 깊었다.

먼저 무기 두 가지를 선택해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시작 전부터 클래스를 정해 제한을 두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 도중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퀘스트의 다양성도 키포인트였다. 몬스터만 잡는 게 아니라 조건에 따라 깰 수 있는 퀘스트가 준비돼 있었다.

예를 들어, 바람이 불 때 어딘가로 이동할 수 있거나 밤이 되면 나오는 몬스터를 잡는 식이었다.

이러한 조건은 플레이어에게 여유를 줬다. 한국인은 뭐든지 다소 급하게 클리어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조건부 퀘스트를 기다리며 배를 타고 항해하거나, 신수 기간트리테에 탑승해 유유자적 여행을 떠나는 것도 묘미였다. 획일화된 퀘스트가 대부분인 그동안의 MMORPG와 확실한 차별점이었다.

때로는 기간트리테에 올라 대륙을 여행하는 것도 추천한다[플레이 화면 캡처]
때로는 기간트리테에 올라 대륙을 여행하는 것도 추천한다[플레이 화면 캡처]

스토리도 게임을 천천히 즐기게 해주는 요소였다. 원래 플레이할 때 빠른 성장을 위해 '스킵'하는 편인데, TL의 스토리는 살펴보게 됐다. 

여느 게임과 비교했을 때 특별한 무언가가 있던 것은 아니지만, '별을 품은 아이'가 커서 저항군이 돼 대륙을 여행하는 콘셉트로, NPC들과의 상호작용을 해 나가는 게 흥미로웠다.

특히 마물 '이스케일'로부터 마을을 구하기 위해 희생을 감수한 '소년 영웅' 헨리의 이야기와 마법사 '클레이 카터'와 함께 이야기를 헤쳐나가는 스토리는 감동적이었다. 헨리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직접 전투를 펼치는 것도 몰입에 도움이 됐고, 그런 헨리를 기리기 위해 시행하는 '늑대 사냥대회'는 단순한 숙제가 아닌 특별한 콘텐츠로 느껴졌다.

큰 용기를 가졌던 영웅 헨리
큰 용기를 가졌던 영웅 헨리
별을 품은 아이들을 구하러 온 젊은 시절 클레이 카터
별을 품은 아이들을 구하러 온 젊은 시절 클레이 카터
클레이가 희생될 때 정말 아쉬웠다. 그는 죽었을까? 카자르가 너무 강해 살아남을 확률은 희박하다.
클레이가 희생될 때 정말 아쉬웠다. 그는 죽었을까? 카자르가 너무 강해 살아남을 확률은 희박하다.

자동 사냥과 모바일 버전을 삭제한 것도 TL의 '느림의 철학'을 보여준 듯 했다.

자동 사냥 기능이 있으면 성장을 1분 1초도 멈출 수 없는 부담감이 생길 수 있다. 24시간 가동을 해야 하기에 컴퓨터를 끌 시간조차 없다. 때때로 '어시스트 모드' 같은 장치도 나오지만 틈틈이 모니터링을 해야한다.

TL은 자동 사냥에 익숙해진 게임 업계에 신선함을 줬다. 시간이 될 때 들어와서 가볍게 즐기면 된다.

'여명 해안' 난파선 퀘스트 도중 만난 한 유저는 "자동 사냥이 사라져서 처음엔 어색했지만 하다 보니 오히려 편하다"며 "이런 갓겜을 까는 사람들은 게임을 해보지도 않고 욕만 하는 사람인 거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과금 X 유저 배려 O..영웅템도 필드에서 뜬다

TL에는 곳곳에 유저들을 배려한 부분이 보였다.

먼저 리니지 제작사 엔씨답지 않은 BM(Business Model)이다. TL에는 과금 부담이 없다. 과금할 만한 요소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준비된 패키지는 '프리미엄 성장 일지', '배틀 패스: 로티의 별', '라슬란의 추적자 패키지' 등 3가지다. 가격도 2만원대로 저렴할 뿐더러 보상이 아이템 제작 재료, 강화 재료, 소모품 등 게임 내에서 충당이 가능한 것들이라 필수도 아니다.

'변신'과 '아미토이'도 혁신이라고 볼 수 있다.

변신은 질주·활공·수영·위장·유희 등 상황에 따라 말 그대로 캐릭터가 변신을 하는 시스템이다. 아미토이는 기존의 펫과 같은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

기존 MMORPG에서는 펫과 변신은 스펙업의 필수적인 요소다.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스펙 차이가 심해지고 성장 차이는 갈수록 벌어진다. 이에 많은 유저가 울며 겨자먹기로 구매를 하려 하지만, 일반적으로 뽑기 구할 수 있어 많은 재화가 소모된다.

그런데 TL의 변신에는 아무런 능력치가 없다. 단순히 외형만 바뀌는 수준이다. 물론 보유 숫자에 따라 약간의 어드밴티지를 주기는 하지만 질주 시 속도 증가와 같은 사소한 부분이다. 이마저도 퀘스트를 깨다 보면 어느 정도 충족이 된다.

좀비 사이를 지날 때 싸우기 싫다면 좀비로 변신하면 된다.

강화 관련 시스템들도 '혜자'다.

강화가 쉬운 건 신선하다.
강화가 쉬운 건 신선하다.

TL에서 강화를 하려면 '성장석'이 필요한데 의뢰 퀘스트를 통해 쉽게 수급이 가능하다. 특히 실패를 두려워하며 시도하던 것과 달리 TL의 강화에는 실패가 없다. 하급/중급/상급/특급 성공으로 나뉘어 있으며 급에 따라 올라가는 수치가 다르다. 100%를 채우면 강화에 성공하는 식이다.

또 강화한 아이템을 다른 아이템으로 변경하고 싶을 때도 '전승' 시스템을 통해 편하게 변경이 가능하다. 전승 시 강화 수치가 100% 보존된 상태로 이전된다.

거래소에 성장석 거래를 막아놓은 것도 인상적이다. 성장석 거래가 가능하면 자본력으로 성장하는 게 가능해진다. '쌀먹'과 같은 현상도 나타나 서버 생태계가 흐려질 수도 있다.

퀘스트와 의뢰만 깨도 경험치를 많이 줘 레벨업도 쉬운 편이다. 직장인인 기자도 10일 만에 만렙인 50레벨을 달성했다.

퀘스트를 열심히 깨다 보면 희귀 아이템과 세트 아이템, 성장석, 제작 재료 등을 퍼준다. 심지어 메인 퀘스트를 모두 클리어할 시 영웅 등급의 갑옷도 보상으로 지급한다.

매일 해야하는 '숙제'의 부담도 줄어들었다. TL에서 매일 해야 하는 건 의뢰와 특수 던전 정도인데, 의뢰는 매일 10개의 계약권이 충전되며 총 60개까지 쌓이기 때문에 6일까지 여유를 둘 수 있고, 하루에 몰아서 하는 게 가능하다.

특수 던전도 '사신의 심연' 같은 경우에는 만렙과 동시에 갈 수 있을 정도로 난이도가 쉬운 편에 속하기 때문에 하루 두 번만 가면 된다.

TL에는 그 흔한 '컬렉션'도 없다. '장비 탁본집'이라는 시스템이 있는데, 이는 장비 제작을 위해 각종 재료들을 보상으로 지급하는 수준이다. 오히려 제작 목표를 세우고 아이템을 모아나가는 재미를 준다.

의뢰를 깨다가 몬스터를 잡았더니 갑자기 영웅템을 준다.
의뢰를 깨다가 몬스터를 잡았더니 갑자기 영웅템을 준다.

현재 최고 등급 장비인 영웅 등급 장비도 필드에서 드랍된다. 각 몬스터는 완제품 혹은 제작을 가능케 하는 탁본지를 주는데, 의뢰 퀘스트 도중 영웅 등급 완제품을 드랍했다.


타겟 변경 어렵고 버그 많아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전투 도중 타겟을 변경하는 게 어렵다. 클릭을 해도 잘 바뀌지 않는다. 직관성도 다소 떨어져 누구를 겨냥하고 있는지 인식하기 어렵다.

퀘스트 조건이 과도할 경우에 피로감을 줄 수 있다. '바람꽃'을 채집해야 하는 '여제의 축복' 퀘스트가 대표적이다.

바람꽃은 모래 폭풍이 바닥에 있는 꽃을 휩쓸고 지나갔을 때 생기는데, 문제는 강풍이 부는 날씨에도 모래 폭풍이 간헐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주변 유저와 경쟁까지 해야하는 게 부담이다.

물론 바람꽃 퀘스트는 '탐사 코덱스'라 클리어하지 않는다고 해도 진행에 문제는 없다. 난이도도 예전 메이플스토리의 '끈기의 숲'과 비교하면 쉽다.

또 게임을 하다 보면 아직 버그가 많다. 퀘스트를 하다 하늘로 솟아 오르거나 레버가 없어 엘리베이터를 작동할 수 없다. 찾아 보니 레버가 허공에 있었다.

활강할 때 벽쪽에 가까이 가거나 하면 활강 버그가 생기는 것도 있다.

최근에는 아직은 입장이 불가능한 지역인 '암흑 납골당', '욕망의 성소' 던전에 일부 유저가 우회 입장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들은 버그를 이용해 해당 지역에 진입했고, '전설'급 아이템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엔씨가 이 모든 단점을 곧바로 개선했다는 것이다.

엔씨 측은 우선 급한 조치부터 해결했다. 더 이상 입장 불가 지역에 몬스터가 등장하지 않도록 하고 사과 및 후속 조치 공지를 여러 차례 남겼다. 엔씨 관계자는 <이포커스>에 "현재 사건을 면밀히 조사 중에 있으며 사안에 따라 후속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전해왔다.

또 20일 업데이트를 통해 언급된 웬만한 불편점과 버그를 수정했다. 업데이트 노트의 양이 너무 방대해 읽기가 힘들 정도다.


무과금도 가능한 MMORPG 새로운 이정표 제시

TL은 무과금도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노력이 보상받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과금력으로 게임하던 유저들이 한계를 느끼게 된다.

실제로 기자도 무과금으로 만렙을 달성했으며, 1위 길드에 가입해 무리 없이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플레이 화면 캡처]
[플레이 화면 캡처]

만렙을 찍고 나서 즐기는 레이드는 박진감이 넘치고 클리어의 뿌듯함이 느껴지는 콘텐츠였다. 기자는 레이드 초행길인데, 탱커를 맡아 중요한 역할이었다. 자칫 민폐를 끼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함께한 파티원들의 친절한 설명 덕에 힘을 모아 던전을 돌파할 수 있었다.

중간 보스를 둬 보상의 다양성을 늘렸으며 던전이 생각보다 길지 않았던 게 인상 깊었다.

다만, 특수 던전에 파티를 구성해 들어가기 전에 혼자서 연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게임은 즐기기 위해 나온 것이다. 성장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면 그때부터는 게임이 아니다.

과도한 성장형 과금의 출시는 스트레스를 주는 요소다. P2W(Pay to Win)는 유저를 피폐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TL을 책임지고 있는 안종옥 PD.
TL을 책임지고 있는 안종옥 PD.

더불어 엔씨소프트는 TL을 통해 유저들과 좋은 추억을 쌓고 싶다고 했다.

엔씨는 TL을 통해 최소한의 과금 모델로 넓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넓은 이용자 층으로 자연스레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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