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04.24 10:38
  • 수정 2021.01.31 01:10

마이너스 유가 이슈로 반등 노리는 투자자들 몰려
투자자 몰리면서 괴리율 1000% 육박 상품도 있어
"언젠간 오르겠지"...아랑곳 않는 동학개미들

[이포커스=이영민 기자] "원유 ETN·ETF 상품에 투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최근 증권가에서 가장 핫한 파생상품은 원유 ETN과 ETF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1400대까지 떨어졌던 코스피 지수가 1900선까지 반등에 성공하면서 단기 급등을 맛본 동학개미들이 이번엔 원유 ETN·ETF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국제 유가 폭락으로 급기야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빚어지자 개미들은 해당 상품에 1조원 상당의 투자금을 쏟아 넣었다. '언젠가 오르겠지'라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투자를 계획하기에도 폭팔하는 선물 상품의 괴리율 때문에 성공적 투자가 힘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난 9일 이어 두 번째 위험경보 발령...시장 괴리율 최고 1000%


 ⓒ 이포커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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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ETN(상장지수증권)과 ETF(상장지수펀드) 상품에 대해 '위험' 등급의 소비자경보를 지난 23일 발령했다. 지난 9일에 이어 두 번째 발령되는 위험 경보다. 그럼에도 원유 선물투자에 몰리는 동학개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시장가 괴리율은 계속 벌어지고 있다.

보통 ETN·ETN상품의 괴리율은 3% 미만이 정상범위다. 하지만 원유 선물 상품들의 괴리율이 대부분 30%를 넘어가고 있다. 특히 신한 레버리지 WTI ETN(H)상품의 경우 괴리율이 무려 1000%에 달하는 등 폭팔적인 괴리율을 보여주고 있다.

원유 ETN·ETF 상품이 선물 기준 가격을 추종하도록 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자인 펀드 운용사가 상품가격을 맞춰 나가는 작업을 진행한다. 그런데 작업을 통해 형성된 조정 매수·매도벽의 유동성 매물까지 투자자들이 구매하면서 실제원유의 가치보다 지수 상품의 가치가 어긋나 어마어마한 차이가 발생했다.


개미들, 원유 선물상품을 주식처럼 구매..."언젠간 오르겠지"


금융투자협회.  ⓒ 이포커스DB
▲ 금융투자협회. ⓒ 이포커스DB

최근 유가 급락속에 개미 투자자들은 선물 상품 차트를 단일 종목 차트처럼 바라보는 경향이 짙다. 곧바로 '언젠가는 오르겠지'라는 심리로 이어지며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괴리율 탓에 유가가 제자리에 오더라도 수익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금융계 관계자 A씨는 "선물상품이 가지고 있는 내재가치는 유가하락으로 인해 급락했지만 상품을 주식처럼 구매하면서 떨어진 가격과 관련 차트를 보고 매수세가 급등, 시장가격 하락폭이 유가하락보다 적어져 괴리율이 폭등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22일 국제 WTI 유가는 86% 하락했지만 신한 레버리지 WTI ETN(H) 상품은 투자자들이 시장 조정을 위한 유동성매물까지 '싸그리' 구매하면서 상품의 시장 가격은 28%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이처럼 날이 갈수록 투자자들의 심리가 '유가는 언젠가 다시 폭등 할 것'이라는 쪽에 실리며 시장가치와 상품가격은 날이 갈 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같이 시장가치와 상품가격의 괴리율이 계속 벌어져 원유 시장가치가 0에 수렴한다면 상품의 가격과 상관없이 투자한 금액의 원금 전액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투자액 모두 강제 청산 당하는 것이다. 이틀전 5월분 WTI 텍사스유 마이너스 유가 발생 사태처럼 강제 청산과정이 이뤄진다면 그 피해는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측된다.

개인투자자 B씨는 "얼마전 5월분 WTI 원유 선물 거래에서 발생했던 마이너스 유가 사태로 수많은 투자자들이 빚더미에 앉았다"며 "ETN·ETF상품들도 변동성이 큰 원유를 기반으로 가격형성이 이뤄지기 때문에 비슷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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