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12.24 16:42
  • 수정 2023.09.22 23:23

국산 완성차 업체 5곳, 판매량 증가…개소세 인하와 전략의 시너지
실적?호조에도 잇따른 신차 결함 발생...소비자 불만 '급증'
韓에서 호황 누린 수입차 업체들···'노재팬' 일본차는 '부진'

[그래픽 / 이포커스 김수정 기자]
▲ [그래픽 / 이포커스 김수정 기자]

<편집자 주> 2020년은 격동의 한해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팬데믹은 전 세계를 최대 위기로 몰고 있다. 휘청이는 글로벌 경제 속에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우리 경제는 G20 국가 중 올 한해 경제성장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방을 했다. 이에 이포커스는 올 한해 경제·산업 산업분야의 부침과 성장 등을 조명해보는 [2020 결산] 시리즈를 게재한다.

글싣는 순서-①제약·바이오 ②게임산업 ③증시 ④자동차산업 ⑤식품산업 ⑥IT/반도체 산업 ⑦건설·부동산 산업 ⑧유통산업


“네? 코로나19 때문에 힘들다구요?”.

얼마전 기자가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 업계의 판매 현황을 취재하면서 한 자동차 딜러로 부터 전해 들었던 말이다.

코로나 사태로 당연히 자동차 판매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혀 의외의 답변이 돌아온 것이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 시장은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판매 증가를 기록했다.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올해 11월까지 지난해보다 차량 9만대를 더 팔았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내수 전략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수입차 업체들의 약진도 돋보인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올 한해 국내에서 6만7000여대를 팔았고 BMW도 5만2000여대나 팔았다. 전체적으로도 수입차 업체들의 내수 판매 실적은 올 한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산 완성차 업체 5곳, 판매량 증가…개소세 인하와 전략의 시너지


올해 국내 내수 시장에서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 평가는 '선방'이다 .

우선 현대자동차는 1월부터 11월까지 71만9441대를 판매하며 판매량이 전년 대비 4만3934대 증가했다.

특히 제네시스의 선전이 돋보였다. 올해 제네시스는 G80 페이스리프트와 GV80이 소비자 호평을 받으며 총 9만6084대나 팔렸다. 이는 전년 대비 4만대 가량 증가한 것인데 올 전체 현대차 판매대수의 증가를 홀로 견인했다.

[그래픽 / 이포커스]
▲ [그래픽 / 이포커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만2492대 늘어난 51만3566대를 팔았다. 특히 3세대 K5와 4세대 카니발 판매에 힘입어 올해 가장 큰 성장을 이뤄냈다. 이 같은 호조세가 현대자동차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쌍용자동차, 르노삼성, 쉐보레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이었지만 전년보다 1694대 늘어난 23만5901대를 판매해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다.

쌍용자동차는 ‘임영웅 SUV’라는 마케팅 전략을 내세우며 올 뉴 렉스턴을 출시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지난달 렉스턴은 내수 판매 9270대, 수출 2589대로 올해 처음으로 1만1000대를 돌파했다. 다만 올 뉴 렉스턴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이달 쌍용자동차가 법원에 회생신청을 하면서 향후 상승세가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르노삼성자동차는 XM3 출시, QM6, SM6 페이스리프트 등에 힘입어 전년대비 약 1만3000대가 증가한 8만2765대를 팔았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이포커스와의 통화에서 “6종의 신차 출시에 파격적인 프로모션까지 더해져 뜨거운 반응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쉐보레는 경차의 대명사 스파크와 트레일블레이저의 출시로 전년 대비 6000대 증가한 7만3696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처럼 국내 완성차 5사는 각 사의 전략으로 코로나19를 뚫고 판매량 증가를 달성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별소비세가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1.5%, 7월부턴 3.5%로 인하됐다”며 “여기에 국내 자동차의 페이스리프트와 마케팅 전략이 잘 맞물려 비교적 호성적을 냈다”고 말했다.


실적 호조에도 잇따른 신차 결함 발생...소비자 불만 '급증'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코로나19에도 호성적을 냈지만 잇따른 결함 발생으로 오히려 소비자 불만은 커졌다.

르노자동차 XM3는 출시 전부터 합리적인 가격과 준수한 상품성, 세련된 디자인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출시 이후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구매자들에게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GV80도 결함 문제를 피할 수 없었다.

‘조선 벤틀리’라 불린 GV80이었지만, 디젤 트림 엔진에서 소음과 함께 진동 현상이 발생했다. 1억원에 가까운 고급 차량을 구매한 차주들은 이 같은 결함 소식에 항의를 이어갔다.

기아자동차 쏘렌토도 변속불량, 엔진과열, 엔진결함, 시트결함 등 다양한 결함이 나타나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전기자동차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자동차의 코나EV도 배터리 결함으로 리콜됐다. 코나EV가 출시된 2017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2만5600대가 대상이었다. 국토교통부는 “제조 과정에서 배터리 셀 분리막이 손상된 것이 원인”이라고 리콜 이유를 설명했다.

다수의 차량에서 결함이 발견되자 한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신차를 개발하고 출시하는 것은 좋지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구매자의 입장을 고려해 좀 더 체계적인 검사 및 확인 절차를 밟고 완성도 높은 차량을 출시하는 것이 맞다”는 성토의 의견이 많이 나왔다.


韓에서 호황 누린 수입차 업체들···'노재팬' 영향 일본차는 '판매 부진'


해외 자동차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각 수입차 브랜드들은 한국에서 판매량을 쌓아 올렸다. 한국이 주요 시장이 된 것이다.

올해 한국 시장에서 BMW, 아우디는 각각 전년 대비 1만대 이상을 더 팔았고 폭스바겐도 판매량이 약 7000대 증가했다. 다만 벤츠는 판매가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호실적이다.

[그래픽 / 이포커스]
▲ [그래픽 / 이포커스]

BMW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차’에 꼽힐 정도로 한국에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 BMW 뉴 5시리즈가 출시되자 5만2644대가 판매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만3000대 오른 수치다.

한국 시장에서 BMW가 꾸준히 팔리자 BMW는 신차를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파격적인 결정도 내렸다.

아우디는 대형 SUV Q8, 전기 SUV e-트론, A6 페이스리프트 등 올 한 해에만 20종에 달하는 신작을 출시했다.

그 결과 지난해 수입차 누적 판매량(1~11월)이 5위에서 두 단계 상승한 3위로 마무리했다.

2015년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2017년엔 차량을 1000대도 못 팔아 브랜드 명성에 못 미치는 최악의 실적을 냈던 아우디는 2018년도의 핵심 모델인 A6 모델을 내세워 명예회복에 나섰다. 그 결과 올해 1만647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대비 2배 가까운 실적을 올렸다.

폭스바겐은 제타, 티구안, 파사트 등 폭스바겐의 대표모델들의 출시로 누적 판매량이 11위에서 4위로 올라왔다. 신형 제타는 출시하자마자 사전계약에서 완판을 기록했다. 티구안은 지난 11월까지 1만1336대를 판매한데 이어 11월 한 달간 2677대를 팔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효자 모델인 ‘더 뉴 E클래스’ 출시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2000대 적은 판매고를 올렸다. E클래스의 약세는 브랜드 누적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쳐 전체 판매량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체 판매량 순위에서는 6만7333대를 팔아 1위 자리를 지켰다.

일본 브랜드는 추락을 이어갔다.

지난해 7월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 ‘노재팬’으로 인해 렉서스, 토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은 전년 대비 판매량이 반토막 났다.

렉서스는 지난해 1만1401대에서 올해 7572대로 4000대가량 줄었고 토요타도 5444대로 전년 대비 약 4000대 감소했다. 혼다 역시 2791대로 지난해 7715대에 비해 약 5000대나 급감했다. 한국 닛산은 판매 부진으로 아예 한국시장에서 철수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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