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04.11 11:26
  • 수정 2021.12.06 11:40

여론에 정치권 가세하자 새 수수료 '정률제' 시행 전면 백지화
소상공인과 상생 하겠다?..."합병 승인 노린 꼼수에 불과"
새 배달앱 시장 활성화 가능성...여론 지속성이 변수

[오마이뉴스TV 캡처, 이포커스 제작CG]
▲ [오마이뉴스TV 캡처, 이포커스 제작CG]

'팩트경제'는 경제·산업 분야의 이슈에 한걸음 더 들어갑니다.


'배달의민족' 수수료 횡포가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국내 배달앱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악용, 소상공인들의 고혈을 빨고 있다는 비판 때문입니다.

배달의민족은 최근 수수료 체계를 정률제 방식인 '오픈서비스'로 개편했다가 소상공인들로부터 엄청난 반발을 샀습니다.

오픈서비스는 매출에 따라 수수료를 더 내는 방식입니다. 배민측은 매출이 적은 업소는 기존 대비 상대적으로 수수료 줄어든다며 그럴싸하게 포장했습니다. 실상은 달랐습니다. 기존 정액제를 고수하는 업소들은 광고가 거의 노출 안돼 매출이 3분의1 토막이 났습니다. 비싼 정률제로 갈아탄 업소들은 매출의 10~30%를 수수료로 내야 해 결국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정치권까지 가세해 배달의 민족 횡포를 대거 성토하고 나서자 배달의 민족은 사과문을 냅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과 김범준 대표는 지난 10일 수수료 개편 백지화를 선언하며 "상심하고 실망하신 외식업주님들과 국민 여러분들께 참담한 심정으로 다시 한번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점유율 100% 배달의민족...수수료는 내맘대로?


국내 배달앱 시장은 사실상 '독일계 자본'이 독식하는 형태로 재편됐습니다. 국내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2위 '요기요' 운영사 독일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전격 인수돼서입니다. 이들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100%입니다.

우아한형제들과 DH는 지난해 말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하는 등 내용의 협약을 맺었습니다. DH는 국내 2위 배달앱 요기요와 3위 배달통을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DH는 우아한형제들 지분을 전량 인수해 100% 자회사로 편입했습니다.

DH의 우아한형제들 인수금액은 약 40억달러(4조7500억원)입니다. 소상공인들의 배달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한 우아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등 오너 일가는 배달의민족 매각으로 엄청난 부자가 된 셈입니다.

인수합병 당시부터 국내 배달앱 시장은 사실상 DH 한개 기업의 독무대가 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실제로 DH는 이번 인수를 통해 국내 배달 앱 시장에서 최대 사업자가 됐습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배달 앱 시장 점유율은 우아한형제들이 55.7%로 선두를 차지했습니다. DH는 자회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운영하는 요기요 33.5%, 배달통 10.8% 점유율을 기록하며 총 44.3%를 점유했습니다. 이들 3개 기업의 점유율울 합치면 정확히 100%에 해당합니다.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결론은...시장 독점 아니다?


배달의민족이 새 수수료체계의 백지화를 발표했지만 이는 '전략적 후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DH가 4조원이 넘는 금액을 들여 국내 배달앱 시장을 장악한 이상 조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장기전을 해서라도 인수금액의 수십배에 달하는 이익을 챙기려 할 것입니다.

DH가 믿는 구석은 바로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입니다. 이번 새 수수료 체계 논란을 계기로 공정위가 배달의 민족-DH의 기업 결합심사를 깐깐하게 진행할 가능성이 조금 높아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결합 심사의 공정위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배달의민족 측은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심사의 쟁점은 배달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하느냐, 아니면 배달앱 시장에 국한 할 것이냐 입니다. 그런데 공정위가 전자의 경우를 적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공정위가 배달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한다면 이번 기업결합은 독과점에 해당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면 공정위가 심사 범위를 배달앱 시장으로 한정해 독과점이라고 판단, 기업 결합을 불허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 배달의민족-DH는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장기전을 통해서라도 자신들의 논리를 관철시키려 할 것입니다.

배달의민족-DH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 여부에 상관 없이 이미 '화학적 결합'은 끝난 상황으로 분석됩니다.


새로운 배달앱 시장 활성화...소상공인·소비자 동참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 여부와 상관없이 '배달의민족-배달통-요기요'로 이어지는 딜리버리히어로(DH)의 시장 독점적 지위는 당분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나타났듯이 성난 여론의 바람을 탈 경우 새로운 배달앱 시장 형성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우선 지자체들의 배달앱이 주목됩니다.

군산시가 지난 13일 내놓은 ‘배달의 명수’는 식당이 수수료와 광고비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배달의 명수’를 이용하면 월평균 25만원 이상을 아낄 수 있습니다. 특히 ‘배달의 명수’는 다른 배달 앱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결제방식 외에도 군산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군산 시민은 10% 할인을 받아서 산 지역화폐를 사용하면 배달 수수료 3000~5000원을 내더라도 다은 앱보다 훨씬 싸게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군산시의 설명입니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경기도주식회사를 중심으로 민관 합동 전담팀(TF)를 구성해 이달 중 공공배달 앱 개발사업에 착수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안양과 청주, 세종시 등 총선 출마 후보자들이 공공 앱 개발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고 여권은 배달앱 수수료를 낮추는 특별법제정까지 거론한 상황입니다. 이 공약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고사위기에 빠진 소상공인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카카오톡과 쿠팡 등 기존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의 배달앱 시장 본격 진출도 점쳐집니다.

현재 위메프와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은 배달 플랫폼 ‘위메프오’, ‘쿠팡이츠’ 등을 각각 지난해 4, 5월에 출시한 바 있습니다. 아직 존재감은 미미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카카오톡도 배달 서비스를 일부 운영 중입니다.

관건은 이들 배달앱 주체들의 규모 확장 의지, 소상공인들과 소비자들의 참여 열기가 얼마나 이어지느냐입니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라 이같은 독점 횡포를 배척하려는 경향은 더욱 확장될 것"이라며 "차제에 다양한 배달앱 출현과 활성화를 통해 시장 경쟁체제가 정착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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