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1.11.12 14:35
  • 수정 2022.05.06 15:24

녹십자 자체 개발 제품 잘팔려..분기 매출 첫 4600억 돌파
코로나와 증상 비슷한 독감, 트윈데믹 우려로 매출 ↑

제약 회사들의 하반기 첫 성적표가 공개되고 있다. 코로나19로 건강 증진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아져 있는 시기라 기대감이 높다. 한편으론 국내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한 제약사가 없어 실적 부진의 우려도 나온다. 3분기 제약사들의 실적 분석과 함께 4분기 전망도 살펴본다.


분기 매출, 최초로 4600억 넘었다

CG제작/이수진 기자
▲ CG제작/이수진 기자

[이포커스 곽도훈 기자] 녹십자가 3분기 ‘실적 대박’을 터뜨렸다. 자체 제품이 잘 팔리면서 역대 최고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GC녹십자는 지난 1일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4657억원, 영업이익 715억원을 달성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 41% 증가한 수치다.

녹십자 설립 이후 분기 매출이 46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기 영업이익도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지난해 3분기에도 매출액 419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고 영업이익도 6년 만에 최대치를 달성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했었다. 올 3분기에도 다시 한 번 최대 실적을 경신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녹십자가 이 같은 호실적을 거둔 것은 주력 백신과 처방의약품 부문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혈액제제 사업 매출이 1096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부문 214억원, 내수 부문이 882억원이었다. 그중에서도 내수 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9% 증가했다.

혈액제제는 녹십자가 강점으로 꼽는 사업 분야다. 혈액제제는 사람의 혈액 중 액체 성분인 혈장을 원료로 하는 의약품으로 혈장에서 면역, 지혈 효과가 있는 단백질을 고순도로 분리해 만든다. 사람의 혈장에 포함된 단백질이 부족할 때 투여하는 ‘알부민’, B형 간염 예방 면역글로불린제 ‘헤파빅’, 혈우병 A 환자의 출혈 치료제 ‘애드베이트’ 등이 녹십자가 생산하는 혈액제제 제품이다. 이번 분기 알부민과 헤파빅, 애드베이트 매출은 각각 25.3%, 50.9%, 10.9% 증가했다.

백신 매출은 1043억원을 달성했는데, 독감 백신만 925억원어치가 팔렸다. 녹십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백신 ‘지씨플루’ 제품을 판매 중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고열, 기침, 두통, 오한 등의 유사한 증상을 가지는 독감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증상이 비슷해 구분이 잘 안 돼 두 질환이 동시에 유행할 수 있는 트윈데믹 상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고 정부에서도 이를 방지하기 위해 유행성 독감에 대비해 예방주사를 맞으라고 권고한 것이다.

처방의약품 부문에선 헌터라제와 신바로, 다비듀오 등 자체 개발 제품의 활약으로 97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헌터라제는 희귀질환인 헌터증후군을 치료하는 의약품이다. 헌터증후군은 걸리게 되면 심혈관계 합병증과 신경계 증상에 시달리다 15세 전후로 사망에 이르는 질병인데 70%가 중추신경손상을 보인다. 문제는 기존 정맥주사 제형 약물이 뇌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을 통과하지 못해 ‘뇌실질 조직’에 도달하지 못한다.

헌터라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 세계 최초로 BBB를 통과해 뇌실에 직접 약물을 주입할 수 있는 ICV 방식을 허가받아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인다. 이러한 점을 인정받아 러시아 등 해외에서 매출이 확대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1% 증가한 174억원을 기록했다. 전 세계 헌터증후군 시장 규모는 약 1조원으로 예측된다.


4분기도 대박?

그래픽/이수진 디자이너
▲ 그래픽/이수진 디자이너

지난해 4분기 녹십자 실적은 매출액 4167억원, 영업손실 222억원이다. 인건비와 건강기능식품·일반의약품 마케팅 비용 증가, 연구·개발(R&D) 비용 증가 등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4분기는 다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반기 기분 좋은 시작을 맞이한 녹십자는 4분기에도 실적 호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독감 백신 수요가 높아 매출이 상승이 예상되고 수출 출하 물량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더나 백신 유통 관련 매출액이 3분기에는 약 25%가량이 반영됐으며 4분기에는 3분기보다 더 많은 수치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자체 제품들이 계속 잘 팔리고 기저효과까지 겹친다면 다시 한 번 역대급 실적을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12일 이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주요사업에서 실적의 질이 지속적으로 개선이 되고 있다"며 "(모더나 관련 매출도)4분기에는 3분기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약사의 미래는 R&D"라며 "기존에 보유 중인 헌터증후군 치료제, 혈우병 치료제 등을 기반으로 희귀질환에 집중, 확장에 나서며 미래성장동력을 키워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주요 증권회사 연구원들도 긍정적인 의견을 냈다.

한화투자증권은 녹십자가 3분기 소비자헬스케어(CHC)와 처방의약품, 혈액제제류 등 기존 사업 부문에서 모두 최대 매출을 시현했다고 평가했다.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내수 독감백신 매출성장과 해외 독감백신 수출 물량 인식,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성장세로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목표주가는 36만원이고, 현재 녹십자 주가는 지난 11일 종가 기준 23만5000원이다.

김형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경쟁사의 부재와 트윈데믹에 대한 접종수요가 독감백신의 성장을 이끌었다”며 “처방의약품 내 자체 개발 제품의 성장세가 견조하게 유지돼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1% 증가한 4923억원, 영업이익은 743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성 적자 분기였던 4분기에도 호실적이 예상되는 가운데, 완제의약품(DP) 위탁생산(CMO) 수주도 진행 중”이라며 “4분기 매출에서 내수와 수출 독감백신 및 모더나 백신의 국내 유통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계열사들도 준수한 성적표

그래픽/이수진 디자이너
▲ 그래픽/이수진 디자이너

녹십자 연결 대상 상장 계열사들도 앞서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GC녹십자랩셀은 매출액 383억원, 영업이익 10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0%, 253% 증가한 수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본격적으로 해외 기술이전료가 유입되고 사업 매출 규모가 44% 성장한 것이 유효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인 R&D 비용을 늘렸음에도 영업이익률도 27%로 개선되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다.

GC녹십자웰빙은 올해 3분기 매출 215억원, 영업이익 35억원의 실적을 거뒀다고 지난 1일 잠정 공시했다. 매출은 2.1%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이 144.6%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주사제 매출 성장 및 건기식 사업 개편으로 실적 호전세를 보인 것이다.

반면 GC녹십자엠에스는 매출액 260억1200만원, 영업손실 29억9800만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2.8% 줄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진단 키트 시장이 과열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율이 높아지면서 실적이 다소 주춤한 탓이다.

우리나라에만 녹십자엠에스,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셀트리온, 유유제약, 녹십자랩셀, 한국콜마, 씨젠 등이 진단시약 시장에 뛰어들었다. 경쟁자가 많아지면서 개별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녹십자엠에스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해외 수출을 강화하는 한편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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