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9.20 15:03
  • 수정 2023.09.22 08:11

국내 화장품업계 최초 ODM 사업 시작...자외선차단제 시장 점유율 70%

한국콜마
한국콜마

화장품 뒷면을 보면 ‘한국콜마 제조’라는 단어가 유독 많이 눈에 띕니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거대 화장품 회사의 제품에서도 보입니다.

특히 선케어 제품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유명 H&B ‘TOP3’라는 '닥터지·구달·셀퓨전씨' 선크림을 모두 한국콜마에서 제조했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인기라는 자작나무 선크림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콜마는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입니다. ODM은 주문을 받고 설계도에 따라 만들어만 주는 주문자위탁생산(OEM)과는 다른 개념으로, 제품 개발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도맡는 방식입니다.

한국콜마는 1990년대 국내 화장품업계 최초로 ODM 사업을 시작한 이후 기초, 색조, 기능성 화장품 등 전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자외선차단제 시장은 점유율이 70%가 될 정도로 압도적이고, 고객사 수는 국내 600여 곳, 전 세계 900여 개입니다. 오랜 시간 쌓아온 선케어 기술 노하우가 있으니, 새로 선케어 시장으로 뛰어드는 회사도 한국콜마에 생산을 맡기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모두 똑같은 제품은 아닙니다. 한국콜마는 고객사 니즈에 따라 다양한 특징을 가진 선크림을 개발, 제조합니다. 어떤 회사는 자외선 차단에 더 중점을 두고, 다른 기업은 톤업까지 신경을 쓴 제품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자외선 관련 특허를 50여 건 보유하고 있어 가능한 일입니다.

글로벌 기업도 예외는 아닌데, 불법으로 써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콜마에 9년 4개월간 근무하다 퇴사한 직원 A씨는 구글 드라이브에 핵심 기술 업무 파일을 보관하다가 1주일 만에 이탈리아 화장품 대기업 인터코스에 이직, 해당 기술을 무단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2017년까지 선케어 제품을 판매하지 않던 인터코스는 2018년 해당 직원 이직 후 관련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법원에 한국콜마가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62민사부(부장판사 이영광)가 “인터코스코리아는 모든 영업 비밀을 폐기하고 공동으로 2억원 및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시하면서 한국콜마에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런 특징들 덕분에 한국콜마는 화장품 업계 불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원래 화장품 시장은 중국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경기 및 수요가 크게 위축되면서 업계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대표적인 국내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사례를 보면 대 중국 실적이 전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면세 채널 송객 수수료율 축소 영향으로 다이고(중국 보따리상) 매출이 지속 하락세에 이르렀고, 매출이 40% 가량 감소했습니다.

LG생활건강은 그나마 낫지만 상황이 좋지 못한건 매한가지입니다. 해외매출 중 대 중국 매출이 50%로 높은데, 비슷한 이유로 2분기 뷰티 부문 매출이 8.5% 감소했습니다. 그나마 백화점 H&B 채널 등에서 선방하면서 국내 내수 매출이 증가해 이 정도에 그쳤습니다.

반면 한국콜마는 대중국 의존도가 떨어집니다.

올해 8월 국내 화장품 수출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는데, 중국향은 13% 감소했고 비중국향은 43% 증가했습니다. 오히려 서구 시장이 겨냥했는데 미국 72%, 유럽 43%, 일본 29%, 동남아 12% 등이었습니다.

한국콜마는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와 108% 증가한 5860억원, 43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분기 매출 중 30~40%가 역시 선케어 제품입니다. 선크림은 마진율이 높은 상품인데 승인만 받으면 지속적인 유통을 통해 락인(Lock in)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대신 승인 기준이 매우 까다로운데, 한국콜마 선제품은 기준이 높은 북미에서 승인을 받았습니다.

화장품 관련 공장가동률도 증가세입니다. 세종과 부천, 오송, 이천, 대소 등에 한국콜마와 자회사 HK이노엔 공장이 있는데 2021년 55.4%에서 올해 상반기 72.7%로 17.3%포인트 늘었습니다. 특히 오송공장 평균 가동률은 98.3%에서 117.1%로 크게 뛰었습니다.

증권 업계에서는 한국콜마의 잠재력을 더욱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나증권은 한국콜마의 올해 하반기 연결 매출이 2조3000억원, 영업이익이 16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도 한국콜마가 선케어 제품 수주로 실적 호조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목표 주가를 기존 5만원에서 6만4000원으로, 또 7만7000원으로 상향했습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케어 제품 쪽에서 경쟁력을 보이면서 수주량을 키워나가는 점이 긍정적이다. 시그니처 아이템을 가지고 초기 성장을 더해 중국 적자폭을 빠르게 줄여나가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화장품 업종 내에서 OEM·ODM사에 대한 선호 의견을 지속 유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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