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그것] 3조원짜리 우주 로봇에 1990년대 컴퓨터가 탑재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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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그것] 3조원짜리 우주 로봇에 1990년대 컴퓨터가 탑재된 이유?
  • 곽도훈 기자
  • 승인 2021.06.11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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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옛날 영화와 드라마 혹은 옛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레트로 경향이 주목받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고 짧게는 1년 길게는 수십년까지 오래전 추억을 떠올리며 코로나19 전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이 투영되는 것이다.

추억 하면 학창 시절 컴퓨터실에서 몰래 게임을 즐기던 때를 빼놓을 수 없다.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하던 1980년대부터 1990년대로 돌아가 보자.


일러스트/김수정기자
일러스트/김수정기자

1980년대 초반 당시 컴퓨터는 아직 일반 가정집에 보급되지 않아 학교 실험실에서 볼 수 있었다. 바로 IBM PC AT 모델. 실험실에서 쓰는 컴퓨터라 CPU는 무려 최신형 80286으로 최대 클럭 속도는 6MHz에 8비트가 아닌 16비트다. 하드 디스크도 장착돼 있었는데 용량이 20MB였다. 당시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 1장 용량이 1.2MB였던 것을 감안하면 꽤 큰 용량이다. 메모리는 어땠을까. 기본 256KB가 장착돼 있었고 16MB까지 추가할 수 있었다(실제로는 640KB까지). 운영 체제는 PC-DOS 3.0이었다.

논문을 작성할 때 사용하려고 실험실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1990년대 들어서 컴퓨터에도 많은 발전이 이뤄졌다. 인텔 5세대 CPU 펜티엄이 등장하면서 연산 능력이 크게 향상됐고 클럭도 60~300MHz에 이르는 고성능을 발휘했다. 곧이어 역사적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 체제 윈도우95가 출시되면서 고성능 PC의 시대가 열렸다. 32비트 명령 처리 성능도 극대화됐다. 메모리(RAM)도 100MB를 넘어서고 하드 디스크 용량도 늘어났다.

사실상 이 시대에 PC 게임의 전성기가 시작됐고 이 시절 활동하던 1980년대생들은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첫 번째 세대가 됐다. 컴퓨터실에서 몰래 플레이하던 그 유명한 '피카츄배구'도 이 시절 개발됐다.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초고성능 컴퓨터들이 개발돼 있다. CPU 성능은 최대클럭 5000MHz를 넘어서고 메모리(RAM)도 128GB에 하드디스크 용량은 어느덧 3.2인치 플로피 디스크 약 73만개 분량인 1TB가 기본이 돼버렸다.


그래픽/곽유민 기자
일러스트/김수정기자

그러나 무조건 초고성능이어야만 좋은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게 그 시절 환경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고 실제로 그 시절 컴퓨터가 여전히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무려 24억달러(약 2조7000억원)짜리 로봇에 1990년대 등장한 컴퓨터 성능이 탑재됐다.

미국의 컴퓨터 전문지 `피시매거진'에 따르면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화성에 보낸 탐사로버 퍼시비런스에 탑재된 컴퓨터 성능은 200㎒ 프로세서에 256메가 램, 2기가 저장 공간(플래시 메모리)이다.

이는 1998년에 나온 애플 최초의 아이맥(iMac) 데스크톱 피시와 같은 급이다. 지금 널리 보급된 아이폰과 비교해도 데이터 처리 성능이 20분의 1에 불과하다.

3조원에 육박하는 탐사로버에 슈퍼컴퓨터가 아닌 왜 이렇게 구식 성능의 컴퓨터가 탑재돼 있는 것일까?

기기의 안정성을 위해서 오랜 기간 검증된 컴퓨터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우주에서 고장이라도 나버리면 수리나 교체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2011년 러시아 화성 탐사선 포보스-그룬트는 컴퓨터 칩(SRAM)의 오작동으로 지구 궤도를 벗어나 보지도 못했다.

그렇기에 현재 화성에서 9년째 활동하고 있는 큐리오시티에서 검증된 프로세서 칩셋을 사용한 것이다. 큐리오시티는 우주 방사선에 잘 견디도록 군사 및 우주용으로 개발된 BAE 시스템스의 `RAD750' 프로세서를 사용한다. 1990년대 후반 애플의 첫 아이맥에 썼던 파워피시750(PowerPC 750)을 기반으로 우주 방사선과 심한 온도차(영하 55도~영상 125도) 환경에서도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물론 컴퓨터 칩은 구식이지만 탑재된 장비는 최첨단이다. 내비게이션 카메라는 2000만화소의 고해상도이며, 퍼시비런스 상단의 마스트캠제트는 좌우 양쪽 2대의 카메라가 짝을 이뤄, 강력한 줌 기능으로 입체 컬러 사진을 생성한다. 퍼시비런스가 보낸 신호가 지구에 도착하는 데는 11분이 좀 넘게 걸린다.

곽도훈 기자 kwakd@e-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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