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부른 '층간 소음'···갈등 해소 대안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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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부른 '층간 소음'···갈등 해소 대안은 없나
층간소음 신고, 해마다 급증...지난해 4만2250건
법 안에서 처벌 어려워... 새로운 대안 필요
  • 김지수 기자
  • 승인 2021.09.29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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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수정 기자
일러스트/김수정 기자

 

"샤워만 해도 시끄럽다…소름끼쳐"

[이포커스 김지수 기자] "누구나 층간소음은 어느 정도 감안 하고 살고 있지만, 직접 접하니 너무 무섭고 소름이 끼치네요."

지난 27일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 사건이 발생한 전남 여수시 덕충동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이같이 놀란 마음을 내비쳤다.

경찰에 따르면 이곳에 거주하는 A(34)씨는 위층 주민과 지속적인 층간소음 갈등을 빚다가 참지 못하고 흉기를 휘둘러 40대 부부를 숨지게 하고 부부의 60대 부모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10대 자녀 2명은 작은 방으로 피신해 화를 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범행 이후 자택으로 돌아가 “사람을 죽였다”고 자수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위층 일가족과 평소에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던 중 홧김에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가해자가 평소에도 층간소음에 대해 자주 항의한 것으로 기억했다. 퇴근 후 집에서 샤워라도 하면 A씨가 올라와 "물소리가 시끄럽다"며 항의를 일삼았다고 전했다. 


법 안에서 처벌 어려워... 새로운 대안 필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층간소음으로 인한 범죄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재택근무나 온라인 비대면 수업 등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 보내면서 단순한 이웃 간의 분쟁으로 여겨왔던 층간소음이 충동 살인 등 돌이킬 수 없는 중대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직장인 B씨는 "밤 10시 넘어 아이들이 소리 지르고 뛰어노는 소리에 윗 집과 약 한달간 층간소음 문제로 분쟁을 해왔다"며 "코로나 이후 재택을 하면서 알게 된 소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 건의했을 때는 조심하겠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후에도 변한 것이 없어 다시 찾아 갔을 때는 적반하장으로 나와 싸우려고 들었다"며 "경비실에 신고도 중간에서의 중재가 다였고 다른 세대도 똑같이 층간소음으로 문제가 많다며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층간소음 분쟁은 법·제도의 테두리에서 해결하기란 더욱 힘들다. 주민 간 조정이 필요한데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층간소음은 공동주택관리법 또는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른 규제 대상이지만 인정받기가 힘들다. 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쿵쿵 거리는 발소리 등이 직접 충격 소음으로 인정되려면 1분 동안 평균 43dB을 넘거나, 57dB 이상의 소음이 1시간 이내에 3회 이상 발생해야 한다.

층간소음 벌금 또한 소란죄로 분류돼 10만원 이하 벌금에 그치고 있으나 여기에도 '고의성'이 명확하게 나타나야 적용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구성원들로부터 층간소음 조정 권한을 위임받을 수 있는 중재 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정기구를 통해 적극적으로 갈등에 개입해 책임이 파악되면 다수가 동의하는 벌금 등을 결정하는 것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층간소음 신고, 해마다 급증...지난해 4만2250건

층간소음 신고건수는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서울 마포 갑)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도부터 2021년 8월까지 환경부에 접수된 층간소음 신고 건수는 17만1159건이었다.

2016년 총 1만9495건이었던 신고량은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 4만2250건으로 2.2배 급증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코로나 영향으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8월까지 2019년보다 1.22배를 기록해 역대 가장 많은 신고가 접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는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30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하지만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고객만족도 점수는 2019년 59.4점에 그쳤다.

노 의원은 “층간소음 문제해결을 위해 이웃사이센터를 만들어 매년 거액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데 만족도가 60점도 채 되지 않고 있어 센터가 있으나 마나”라며, “환경부는 국민의 소중한 예산을 헛되이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 의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콕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층간소음 문제는 더욱 시급한 민생문제가 되고 있다”며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까지 발생하는 상황에서 더는 정부가 손 놓고 방관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지수 기자 jisukim@e-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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